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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은 달빛 아래서

이난순2023.12.15 11:12조회 수 85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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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지박을 인 머리에선 연기 피어 오르고 있다 

  제사공장에서 받은 수북한 주문                             

 

등교길에 만나는 그녀 에게선 고소한 소리 출렁인다

 입에서 외치는 뻔~ ~ ~

교복 입은 학생들 사이로 소리 비집고 들어간다

누군가의 손은 주머니로 들락거리고

누군가는 심호흡으로 배를 채우지

 

뽕잎에 새겨진 초록을 먹고 꿈을 키워온 누에

주인의 자장가로 실샘 키워 고개를 들고 말았지

집 지을 섶 찾느라

 

하얀실 토해내며 동굴을 짓고, 번데기로 문을 잠궜지

 

가마솥 가로 부르는 할머니

물레 저으면

 비단실로 솔솔 풀리던 하얀 누에고치

삶아진 번데기의 톡 터지는 육즙에 아이는 웃고

번데기의 하안거는 끝났다

 

남빛 명주치마,분홍저고리 추석빔으로

만월의 달빛 아래

술래놀이 하고 있는 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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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남빛 명주치마,분홍저고리 추석빔으로 만월의 달빛 아래 술래놀이 하고 있는 누에'

    이런 풍부한 추석의 낭만이 배인 뻔데기라 맛이 있군요

  • 강창오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12.16 21:15 댓글추천 0비추천 0

    어렸을 때의 추억은 왜 그리도 지워 지지도 않고 , 아름답게 어느 순간 pop up 되는지요!

    행복한 순간을 맛보게 해 주는 신의 손길처럼 말입니다

    입안에서 느껴지던 그 신선하던 번데기의 맛이란 표현할 길이 없으면서......

  • 난순쌤의 하늘을 날아오르는 사유의 세계에서

    하안거를 끝낸 번데기가 만월의 달빛아래

    강강수월래 춤을 추고 있네요

    시인의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끝없는 환생의 나라

    명주치마 저고리 속에서 출렁이고 있어요

    잘 감상했습니다.

  • 이설윤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12.22 22:31 댓글추천 0비추천 0

    어머니가 지어주신 명주 추석빔은 언제나 설레게 하였지요

    어느날엔가 그 명주치마 저고리 입고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비를 흠뻑 맞고 말았지요

    책보를 가슴에 안고, 오직 책을 적시지는 않겠다는 일념으로 달음박질 하여 집으로

    왔을 땐 이미 치마저고리에선 물이 뚝뚝 떨어지고....

    시골에서 자랐으니 누에 뽕잎 갉아먹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던거 같아요! ㅎㅎ

  • 익숙한 단어인 함지박이 어떤 물건인지 아리송해 구글링했어요.

    세월이 바뀌며 잊혀지는 것도 많네요.

    글감이 되는 소재가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에 동감이에요.

    캔푸드를 싫어하지만 가끔 마트에서 파는 번데기를 사 먹어요.

    추억의 음식이니까요.

  • 이경화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12.22 22:40 댓글추천 0비추천 0

    경화샘도 번데기를 좋아 하시는 군요!

    잊혀진 단어를 쓴다는 것은 글에서 올드한 느낌을 받는다는데.....?

    앞으로는 좀 더 신세대적인 생각과 글 을 써 보고싶은데 잘 되려는지 의문이 듭니다

     

    아이들 키울때 대화중에 '졸라' 라는 단어를 쓰길래 야단을 친 적이 있었어요

    좀더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라고. 몇십년이 지나고 보니 그 단어가 국어 사전에도 올라와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면 좋죠!?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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