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박을 인 머리에선 연기 피어 오르고 있다
제사공장에서 받은 수북한 주문
등교길에 만나는 그녀 에게선 고소한 소리 출렁인다
입에서 외치는 뻔~ ~ ~
교복 입은 학생들 사이로 소리 비집고 들어간다
누군가의 손은 주머니로 들락거리고
누군가는 심호흡으로 배를 채우지
뽕잎에 새겨진 초록을 먹고 꿈을 키워온 누에
주인의 자장가로 실샘 키워 고개를 들고 말았지
집 지을 섶 찾느라
하얀실 토해내며 동굴을 짓고, 번데기로 문을 잠궜지
가마솥 가로 부르는 할머니
물레 저으면
비단실로 솔솔 풀리던 하얀 누에고치
삶아진 번데기의 톡 터지는 육즙에 아이는 웃고
번데기의 하안거는 끝났다
남빛 명주치마,분홍저고리 추석빔으로
만월의 달빛 아래
술래놀이 하고 있는 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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