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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흔적을 남기고

이설윤2023.11.23 18:25조회 수 178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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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흔적을 남기고

 

붉은 빛 돌기 시작한 냇가엔

흩어지는 햇살만 수북한데

마음 속엔 이미 가을이 깊다

 

봄날 꽃을 기다리는 설레임

가을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시간들 속에

오롯이 들어 있는 것들을

추억이라 불러 보는 아침

어디서 왔는지 허리를 세운 상념이

잔물결을 일으키지만

이젠 이별과도 친해지고 싶다

 

무심히 가버리는 것들을 붙잡아

차곡차곡 간직한 책갈피

수많은 순간들이 옷고름을 풀고 나온다

먼 산길 감싸고 돌아 온 안개 자욱한 수묵화들

구름을 데려간 바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세월이 남기고 간 이야기를 읽는다

 

세월은 보이지 않아도 흔적을 남기고

바람을 가도 그림자는 남지

빗방울이 풀꽃에 스미듯

그리움을 안고 가는 황혼에

시를 품은 한 줄 발자국을 남기며

사락사락 저물어 가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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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시간 만큼 그 날개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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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시리도록 아름답게 저며드는 시 안으로 퐁당 빠지고 말았어요.

    역시 시인상을 받으실 자격이 있으시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청춘 시절에는 책갈피에 단풍 잎을 소중히 끼어 넣고 간직했는데

    이제는 그런 감성마저도 사라졌네요.

     

  • 이경화님께
    이설윤글쓴이
    2023.11.29 01:20 댓글추천 0비추천 0

    너무도 과분한 칭찬에 얼굴 붉어졌어요

    경화쌤의 활력 넘치는 필력과는 너무도 대조되는 저의 글이지요

    요즘 너무도 무기력하게 세월만 보내고 있는 것 같은 자괴감에 빠져 있다

    겨우 마음 모아 쓴 시입니다

     

    날은 저물어 가고

    흩어지는 낙엽을 밟고 가는

    세월의 세월의 발자욱 소리를 들으며

    적어 보았습니다

    격려의 댓글 고맙습니다

     

  • "이젠 이별과도 친해지고 싶다" 에 쓴 한 표를 던집니다

    오늘 또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올 봄 임종 직전에 기적같이 살아서 다시 활동을 했는데 몇달을 덤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흔적들이 더욱 머리 속에 남더군요.

     

  • 강창오님께
    이설윤글쓴이
    2023.11.29 01:39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생님의 '쓴 한 표' 의 의미가 전해져 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것이 인생이겠지요.

    하지만 다는 모르지만 그동안 선생님의 글과 여러 모습을 통해

    느낀 것은 젊은 날 꿈꾸셨던 일들을 다 이루시고 열심히 사셔서

    후회는 없으시겠구나 하며 부러워 했습니다

    지금도 또한 멋진 노년의 삶을 살고 계시구요

    영국신사 필립공 아무나 될 수 없습니다.

  • 머리 맡에 샘의 글 놔 두고 수시로 들여다 보고 싶은 시네요.

    너무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거 같아요!

    그동안의 침묵이 괜한 게 아니었군요. 아프다는건 핑계였을 뿐.

    너무 감사해요 ! 행복을 맛 보면서 댓글 쓸 수있어서.

  • 이난순님께
    이설윤글쓴이
    2023.11.29 01:46 댓글추천 0비추천 0

    늘 밀린 숙제가 있는 것처럼 마음 한구석에

    글을 써야 되는데 .... 하고 생각하고 있지만

    까마득하게 무얼 써야될지 모르겠는데

    난순쌤은 평범한 일상이 다 시가 되어 나오더라구요

    글을 읽을 때마다 감탄을 하며 진짜 글쟁이구나 한다니까요

    난 아직 멀었어요. 많이 배웁니다.


- 1979년 도미
- 뉴욕 크리스챤 월간지에 창작 활동
- 제3회 애틀랜타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 수상
- 현재 동서남북 한국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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