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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때가 되는 일은 아주 쉽지

김수린2023.10.29 11:51조회 수 205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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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때가 되는 일은 아주 쉽지

 

 

 

부고를 들었다 

샤워를 한다  차가운 물 줄기가 

머리카락 위로 마구 헝클어지게 

방치한다

비누 거품을 낸 빨간 이태리 타월로 

때를 문지르다 

때를 놓쳤네 하고 중얼거렸다

바껴가는것은 세월만이 아니네

눈물 한방울 보탠 물줄기는 윤회의

무게로 더웁다

 

막내이모를 엄마 장례식때  뵈었지

차로 가면 하룻길인데 몇해를 미루어놓았을까

다음달이 생신이라 했는데

그저 숨쉬고 살았을 뿐인데  때가 쌓인다

한달 전쯤 이모하고 전화를 했지

통화 마지막에 이모가  늘 하는 말

너희를 위해 기도하고 있단다

안개낀 유리문에

내 얼굴이기도 하고 나를 닮은 

그 누구이기도 한 얼굴들이

비누 방울 처럼  부풀러 올랐다 사라진다.

 

 

먼지나  공기  땀 기름 같은것이 쌓여 

때가 되고

기회 인연 운명 세월 기도 업보

그런것들도 쌓여서  때가 되지

어쩌지 못 하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

어떻게든 했어야 했던 것들

 

때가 때가 되는 일은 아주 싶지 

 

김  수린

 

8/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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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 않는 마음 / 강 우근 달콤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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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김수린 선생님의 시제 '때'라는 同音異義는 시간과 공간의 함수관계를

    적절하게 풀어놓은 시다

    그리스어의 때(시간)라는 말은 카이로스와 크로노스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크로노스는 물리적이고 객관적 공평한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기회, 심리적 공간의 주관적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물리적 시간 속에서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것은 카이로스적 삶일 것이다

     

    삶에는 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이 있는데, 크로노스 시간 속에

    잡착해 삶의 소중한 카이로스의 기회들을 놓쳐버린

    마음의 앙금과 빚들이 때처럼 쌓여있다.

    산다고 다 사는게 아니라 사는 것처럼 살아야 사는 것인데

    '때가 때가 되는 일은 아주 쉽다' 는 깨우침을 주고 있다

     

    .

  • 지난 달 이글을 보면서 선생님이 심오한 심연에 시를 담근 것 같아 기뻤습니다.

    혹시 난해한 시에 대한 통찰이 끝난 듯 합니다. 계속 건필 할일만 남았네요

     

  • 김수린글쓴이
    2024.1.27 14:10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랜만에 문학회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댓글을 보었습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저의 졸시에 석촌 선생님이 올리신 댓글이

    너무 멋져서 감탄하고

    황송했습니다.

    석촌 선생님의 철학적, 신학적인 사고의 깊이가 크게 느껴지고,

    그래서 써논 글이 더 부족해 보이고 다듬어야겠다는 자각이 듭니다.

    늘 격려를 아끼지 않는 강화식 선생님도 감사합니다!

     

     

     


- 치과 의사
- 현재 둘루스 소재 개인치과병원 운영
- 제2회 애틀랜타문학상 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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