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갤러리

내 동네 여술

이난순2023.10.24 11:50조회 수 58댓글 2

    • 글자 크기

유난히 높은 산은 어린 나에게

나뭇꾼들 말리기엔 버거웠다

 

산 꼭대기에서 나뭇가지 자르는 그들 보며

"나무하지 마세요" 하고 소리치면 끄떡도 않고,

어디 쫓아 오려면 와 봐라 하고.

뒷마을 누군가 들은 우리집 산이 마치 

자기네 아궁이 허기를 달래줄 양식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그 높은 산은

친구들과 진달래 꽃방망이 만들려 뛰어 오르고,

멍개 열매 따서 목걸이 만들려 펄쩍펄쩍 뛰어 다니던 놀이터 였다

산 내려 오면 

신발엔 붉은 황토흙이 언제나 가득하던 그 곳

 

산 중턱까지 물이 찰름이었고,

조상들 묘도 모두 물에 잠기었다

동네는 깊은 물 속에서 훤히 들여다 보이고

저 멀리 보이는 들판은 바다가 되었다

 

해몽이 안되어 두고두고 곱씹게 되며

고향이 놓아 주질 않는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2
  • 잔인한 귀소본능 가끔 여기 저기 이리 찔러댑니다

    근데 여술이 무슨 뜻인가요?

  • 강창오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10.25 06:51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의 동네에 아마 여우가 살고 있었나봐요

    어릴 적 동네 청년들이 산에 있는 바위 굴에서 여우를 잡는다고

    청솔가지 불에 피워 연기를 내고 있었던 걸 본 적 있어요

    여우의 사투리가 여수 ,여시

    여우가 살고 있는 마을 이래서 아마도 여술이라 한것 같아요 ㅎㅎ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0 눈꽃 휘날리는 날 2022.01.27 34
29 할아버지의 눈 언덕 2022.01.25 47
28 제삿 날 2022.01.25 56
27 종이 비행기 2022.01.23 60
26 빨간 벤치 2022.01.21 78
25 안개비 그후에 2022.01.20 42
24 안 개 비 2022.01.19 52
23 눈 오는 날에. 노란 커튼 2022.01.17 42
22 바람의 지휘 2022.01.15 39
21 아버지의 흰 고무신 2022.01.14 47
20 암하리 방죽 2022.01.12 58
19 그와의 만남 2022.01.11 43
18 할아버지와 손녀 2022.01.10 27
17 송이 버섯 2022.01.08 35
16 그해 여름은 행복했네 2022.01.08 35
15 눈 위의 발자국 2022.01.08 33
14 오늘은 세수를 거르리라 2022.01.07 21
13 눈밭에서 2022.01.07 26
12 나는 불을 뿜는 용 2022.01.06 26
11 눈 몸 살 2022.01.06 23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