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갤러리

내 동네 여술

이난순2023.10.24 11:50조회 수 60댓글 2

    • 글자 크기

유난히 높은 산은 어린 나에게

나뭇꾼들 말리기엔 버거웠다

 

산 꼭대기에서 나뭇가지 자르는 그들 보며

"나무하지 마세요" 하고 소리치면 끄떡도 않고,

어디 쫓아 오려면 와 봐라 하고.

뒷마을 누군가 들은 우리집 산이 마치 

자기네 아궁이 허기를 달래줄 양식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그 높은 산은

친구들과 진달래 꽃방망이 만들려 뛰어 오르고,

멍개 열매 따서 목걸이 만들려 펄쩍펄쩍 뛰어 다니던 놀이터 였다

산 내려 오면 

신발엔 붉은 황토흙이 언제나 가득하던 그 곳

 

산 중턱까지 물이 찰름이었고,

조상들 묘도 모두 물에 잠기었다

동네는 깊은 물 속에서 훤히 들여다 보이고

저 멀리 보이는 들판은 바다가 되었다

 

해몽이 안되어 두고두고 곱씹게 되며

고향이 놓아 주질 않는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2
  • 잔인한 귀소본능 가끔 여기 저기 이리 찔러댑니다

    근데 여술이 무슨 뜻인가요?

  • 강창오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10.25 06:51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의 동네에 아마 여우가 살고 있었나봐요

    어릴 적 동네 청년들이 산에 있는 바위 굴에서 여우를 잡는다고

    청솔가지 불에 피워 연기를 내고 있었던 걸 본 적 있어요

    여우의 사투리가 여수 ,여시

    여우가 살고 있는 마을 이래서 아마도 여술이라 한것 같아요 ㅎㅎ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30 친구의 노래 2022.01.03 47
129 천창에 덮인 솜 이불 2022.01.04 24
128 "설 란" 이란 호를 받아들고 2022.01.04 30
127 넌 누구니? 2022.01.04 20
126 새해 아침에 쓰는 편지 2022.01.04 20
125 게으른 아침나절 2022.01.04 24
124 햇볕 저장고 2022.01.04 27
123 목 화 밭 2022.01.04 64
122 오지랖의 오류 2022.01.05 35
121 눈 오는 밤 2022.01.05 27
120 눈 몸 살 2022.01.06 27
119 나는 불을 뿜는 용 2022.01.06 27
118 눈밭에서 2022.01.07 29
117 오늘은 세수를 거르리라 2022.01.07 21
116 눈 위의 발자국 2022.01.08 34
115 그해 여름은 행복했네 2022.01.08 37
114 송이 버섯 2022.01.08 36
113 할아버지와 손녀 2022.01.10 29
112 그와의 만남 2022.01.11 46
111 암하리 방죽 2022.01.12 6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