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높은 산은 어린 나에게
나뭇꾼들 말리기엔 버거웠다
산 꼭대기에서 나뭇가지 자르는 그들 보며
"나무하지 마세요" 하고 소리치면 끄떡도 않고,
어디 쫓아 오려면 와 봐라 하고.
뒷마을 누군가 들은 우리집 산이 마치
자기네 아궁이 허기를 달래줄 양식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그 높은 산은
친구들과 진달래 꽃방망이 만들려 뛰어 오르고,
멍개 열매 따서 목걸이 만들려 펄쩍펄쩍 뛰어 다니던 놀이터 였다
산 내려 오면
신발엔 붉은 황토흙이 언제나 가득하던 그 곳
산 중턱까지 물이 찰름이었고,
조상들 묘도 모두 물에 잠기었다
동네는 깊은 물 속에서 훤히 들여다 보이고
저 멀리 보이는 들판은 바다가 되었다
해몽이 안되어 두고두고 곱씹게 되며
고향이 놓아 주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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