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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에 말려든 음모

이난순2023.09.14 12:21조회 수 49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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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씨 계신가요?  다방 레지 아가씨, 한참 축구경기에 빠져 열띤 응원 소리 속에서 그를 불러낸다. 다방의 별실인 듯 그곳은 사람들로 꽉 차  열기로 가득해 보였었다. 우렁찬 대답소리와 함께 빠져나온 그는 앞머리가 굵게 컬진 머리로, 눈이 약간 날카로워 보인다. 언니와 내가 함께 서 있는 앞에 오더니 언니얼굴 한번, 내 얼굴 한번 그리고 또 언니얼굴 내 얼굴 오가며 바쁘다. 나는 웃음을 참다가 결국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언니를 제치고 자리에 앉자며 내 스스로 소개를 하기 시작하였다.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옆에 있는 이분의 친 동생 이 난순이라고 합니다"  많이 놀라셨지요? 그는 의아하던 표정이 조금은 풀리는듯 놀라서 휘둥그렇던 눈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제가 설명을 먼저 하는게 예의일거 같아서 언니 소개도 없이 끼어 들었습니다. 저의 집에선 저를 빨리 시집보내고 싶어서 여기저기 선을 보라고 재촉이지만 저는 아랑곳 하지않으니 많이 애가 타신 모양입니다. 얼마전 또 언니가 자기 시댁쪽에 괜찮은 청년이 있다면서 한참을 늘어놓아도 제가 듣는체를 안하니까,나중에는 그러더라고요." 근데 그 어머니는 간호사를 싫어한다더라" "아니 언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저는 그 한 마디를 듣고서는 언니 한테 바짝 달려들어 그 사람을 만나게 해 달라고 졸랐죠. 어떤 놈이 간호사를 싫어하는지 ,왜 싫어하는지 꼭 알아내야겠다고 맘 먹으면서요. 자존심이 많이 상하더군요. 그 랬더니 " 언니가 그 어머니란 분이 간호사를 싫어 한다는데?" 그래서 제가 언니한테 거짓말을 하도록 시켰죠 . S대 국문과 졸업해서 회사 다니고 있는 친척 동생 이라고. 문제는 제 언니가 거짓말을 전혀 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었다.뒷일은 다 내가 알아서 할테니 그 사람과 만나기만 해 달라고 하였었다.

  설명을 들은 그의 얼굴엔 미소가  번지며 우리 언니한테 일어서서는 고개를 꾸뻑 숙이며 "아주머니 거짓말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지만 어머니의 그런 말씀은 자기가 대신해서 사과 하겠노라며 자기 소개를 정식으로 한다. 셋이서 비로서 웃으면서 차를 마시고 언니도 안심이 되었는지 긴장했던 어깨가 내려온다. 잠시후 그는 언니에게 빨리 가 달라고 요청하여 언니는 흔쾌히 떠나고, 둘이서만 남게되어 더 얘기를 한후 산책을 하기로 하여 삼청공원엘 갔다.

 

  오월의 삼청공원에는 아카시아 향이 그득하였다.  

그를 만나기 전 언니는 기숙사로 찾아와서 " 나 어쩜 좋으냐?" 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언니를 안심 시키며 걱정하지 말고 나 한테 다 맡기라고 말은 하였지만 실은 나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었다. 가슴에 스며드는 꽃향이 유년시절 뒷동산을 잠시 떠 올리게 해주니 , 나도 모르던 긴장감이 무장해제 되었나보다.  데이트는 즐거웠고,저녁식사까지 하게 되었다. 우리는 다시 자리를 옮겨 어떤 벤치에 앉아 이야기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아주 정색을 하면서 프러포즈를 하는게 아닌가 !  난 너무 당황스러워서 아무말도 못 하고 그냥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의 애원하는 듯한 표정과 눈빛을 피해 잠시 땅밑을 바라보다가 숨을 고르고, 난 아직 결혼할 때가 덜 되었으니 생각을 접어 달라고 답해주었다.  내가 오늘 그를 만나러 나온것은 순전히 나의 직업에 대한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서,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오해가 얼마나 크게 번질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헌데 그는 쉬이 포기하지 않고 나의 연령을 얘기하니 부모님들께 맡기자고 제의를 한다. 자기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면서.  물론 나의 반론도 시작 되었고, 결혼 만큼은 온전히 나의 결정으로 하고싶다고 단호하게 표현을 하니 반짝이던 그의 이마에 잠시 엷은 그림자 스치는 듯 하다.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어 헤어질 때는 악수하는 손에 진심을 담아서 사과 하고 싶었다. 돌아서는 그에게 다만 오월의 봄만 선물하면서.........

  그의 성급한 프로포즈만 아니었더라면 봄날의 싱그러움은 배가 되었을 텐데..... 기숙사에 돌아오니 ,친구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뒤통수는 납작하고 궁둥이는 꼭 바가지 엎어 놓은것 처럼 뿔룩하고,눈매가 좀 날카로워 보이더라면서 몇가지 흉을 보았고,대강의 대화 내용을 얘기 해주니 그만하면 저들은 합격점수 주고싶다고 모두들  좋아한다. 난 아직도 결혼에는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선을 보려고 그 자리에 나간게 아니고 다만 간호사라는 직업의 귀함을 말해주고 싶어서 나갔을 뿐인데,친구들 마저 내 마음을 몰라주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 모든게 언니의 작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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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언니의 작전에 말려들었지만

    지금까지 향기로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지요

    난순님의 호기롭던 젊은 날을 보는 듯 합니다

     

  • 이설윤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9.24 00:25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ㅎ, 그땐 왜 그렇게나 선 보는걸 싫어 했는지 몰라요.

    그저 자유로운 생활이 좋아서? 형식적인게 너무 싫어서?

    제 애들은 모두 알아서 제 짝들을 데려왔으니 부모로서 너무 편했는데 말입니다 ㅋㅋ.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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