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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예찬

김수린2022.08.06 07:29조회 수 37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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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예찬 / 김 수린 
 
 
    텃밭에서 드디어 첫 오이를 수확했다.  한뼘이 훨씬 넘는 날씬하고 쭉뻗은 한국 토종 오이 이다.  나는 생전 처음 오이를 보는 사람처럼 감탄해 마지 않으며 오이를 감상한다.  노란 오이꽃이 아직도 붙어 있는 꽁지 부분은 흰색에 가까운 연녹색인데 줄기 쪽으로 갈수록  진한 초록색이다. 줄기에서 갓 딴  오이에는 아주 미세한 먼지같은 분말이 만져진다.  그리고 줄지어 박혀있는 가시는 잘못 건드리면 ‘앗, 따가워’ 하고 손을  움추릴 만큼 날카롭다.  작은 가시들이 잔뜩 박혀있는 오이를 보면 웬지 이제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가 작은 이빨을  들여내며  공격 태세를 취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야채 주제에 가시라니, 가소롭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말이다. 나는 수세미로 살살 씻어  가시를 제거하고 꽃이 달려있던 끝 부분 부터 한잎 베어 문다.  아! 그 신선하고 달착지근한  맛이란!  초록의  향이 입안 가득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아삭 아삭한 식감은 상쾌함 그 자체이다.
 
   나는 밭에서 딴 오이를 큼직하게 썰어서 식탁에 올렸다. 남편은 늘그랬듯이 오이를 고추장에 듬뿍 찍어 먹는다.
  “나는 왜 신선한 오이를 굳이 썰어서  드레싱을 처서 먹거나 양념을  해서 먹는지 모르겠어, 그런 첨가물 때문에 오이 그 자체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잖아.”
  "게으른 사람의 변명 같구먼. 원숭이나 그렇게 날것을 먹지.”
  혼자밀 같이 중얼거리는 남편에 말에  나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느닷 없이 원숭이라니.  대부분의 야채는 날것으로 먹는 나의 식습관이 은근히 거스렸단 것일까?  아마도 요리에 관심이 없는 아내에 대한 평소 불만의 표출일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오이는 물론이고 풋고추나 껍질을 벗긴 부라커리 줄기도  생것 그대로  먹기를 좋아한다. 커리풀라워도 삶거나 요리하지 않고  생야채 그대로 먹기를 즐긴다. 둘째 아이를 임신 했을 때  입덧이 심했던 기간이 있었다. 김치 냄새나 기름 냄새가 특별히 역겨운 반응을 일으켰다.  그때 직장에 나가면서 커리플라워 한 덩어리를 통채로 가지고 가서  한끼 식사로 때운 적이 여러번 있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신기하고 어이없어 하며 처다보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니 그네들도 그런 나를 보며 원숭이를 연상하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느날 직장에서 돌아 와 텃밭을 보니 오이 잎사귀들이 시들시들하게  처져 있는 것이 아닌가. 며칠 동안 무더위가 계속 되어서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었는데도 부족했던 모양이다.  나는 급히  물을 틀어 주위가  흥건히 적셔질 만큼 흠뻑 물을 주었다. 몇 시간 뒤에 혹시나 하고 나가 보니 축 늘어진 오이 넝쿨은 다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전리품처럼 자랑스럽게 즐겨왔던 나의 오이 나무는 그렇게 허망히  짧은 생을 마감했다. 갓 딴 오이의 신선한 맛을 추억으로 간직하며 나는 조금은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말라버린 오이 넝쿨을 걷어 낸다.  벌써 여름도 막바지이고 계절은 또 어김없이 돌아와 내년 봄이면 나는 다시 정성을 기울어 오이 모종을 심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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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례식 침묵의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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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과 의사
- 현재 둘루스 소재 개인치과병원 운영
- 제2회 애틀랜타문학상 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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