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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송이 버섯을 캐면서

이난순2023.09.01 18:50조회 수 53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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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다섯시에 그들과  한국마켓 앞에서 만나기로 하여 , 곤하게 잠든 남편 흔들어 깨웠다. 나는 잠들기 전에 설레어서 쉬이 잠들지 못하여 뒤척이다가 잠을 자는둥 마는둥 지난밤이 어찌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벌써 도착하여 기다리고들 있었다. 참으로 부지런도 하다. 사람들 한테서 듣기로는 록키마운틴에 가면 송이가 아주 많은 송이밭이 몇군데가 있다고 한다. 헌데 그들이 알고 있는 그곳을 다른 사람들 한테 알려주지 않아 쉽게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 와서 여러해 만에 우연찮게 나도 송이밭에 가볼 수 있게 되다니 ......!

  세시간 여를 어둔 밤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하늘이 뿌연해지며 날이 밝아지기 시작하며 우리는 목적지에 다다랐다. 나무들이 빽빽한 산중은 어떤 신비한 감에 휩싸인듯 나에겐 조심스러운 발길을 딛게 한다. 가파른 산길을 일행을 놓칠세라 열심히 따르며 송이버섯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차서 앞으로 나간다.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저마다 송이 찾기위해서.  나도 송이를 미국에 와서 몇 번 사 먹어봤으니 그 모양을 찾아서 열심히 산허리를 뒤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근데 내 눈에는 보이질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둘러 보니 모두들 저마다 고갤 숙여 찾고 있느라 어떤이는 쭈그리고 앉아있기도, 허릴 구부려 호미로 캐내기도..... 산에서 길을 잃으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에 호루라기도 준비해 왔지만 그들과 떨어지면 않되는 일이었다. 헤매기만 하는 나를 보던 한 친구가 부른다 그렇게 쏘다니기만 한다고 찾을 수 있는게 아니라고 말 해주면서 자기 옆에 꼭 붙어서 다니라며 송이가 올라온 걸 보여준다. 

 큰 소나무 밑에서 흙이 봉긋하게 솟아 올라있다. 흙이 터서 조금은 갈라져 있고. 친구가 가르쳐 주는대로 조심스러이 살살 흙을 헤쳐보니 하얀 속살이 보이기 시작한다. 송이 향이 나를 매혹시킨다. 숨 죽여서 이젠 모종삽으로 깊숙하게 뿌리 끝까지  떠내어 몸통까지 만나게 된다. 오랜 세월 발효된 솔잎 속에서 자라난 뽀얀 애기 버섯은 뭐라 형언할 수 없을 듯 하다.  마치 우리들의 갓난아기가 태어났을 때의 느낌 이랄까. 버섯이 눈에 띄는게 아니라 흙을 유심히 살펴 버섯의 솟아오름을 감지해야 송이와 만나는 것이었다. 그런것을 송이버섯 모양을 찾기만 하였으니.......  그러나 혹가다는 커다란 송이가 온 몸을 드러내어 불쑥 솟아 올라와 있는것도 발견한단다. 그러나 가치로 따진다면 그렇게 활짝 피어난 것은 훨씬 덜 하단다.

  산 중턱까지 그래도 난 맨 걸음이었다. 죽은 나무들이 길게 회색빛으로 즐비하다. 그 나무들 건너 뛰느라 힘겨운데 한 친구 그 사이에서도 송이 캐내느라 호미질하고있다. 호기심으로 곁에 다가가 보니 송이 머리가 아주 커다랗고,미끈한 기둥이 어찌나 잘 생겼는지 모른다. 향 또한 짙어 숨을 깊게 들이쉬게 만든다. 다시 한번 그녀의 충고,  송이 따러 처음 왔으니  혼자 찾아다닐 생각을 하지 말고, 자기와 한 세트로 움직이자 라고 강력하게 말한다. 난 너무나 고마워서 그때부턴 그녀만 졸졸 쫓아다니며 가만가만 살피고 다니니 정말 내 눈에도 송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송이 하나를 발견하면 그 주변엔 송이 식구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난 "심 봤다" 라고 외치면서 그녀에게 손짓하여 부르며 송이가 흙을 들치고 나오는 곳을 가리켰다 . 함께 기뻐해주며 우리는 또 조심스러이 송이를 맞이 하였다.  캐고 난 다음  그 자리는 호미로 꼭꼭 눌러서 그 집을 다독여 준다. 그래야 다음에도 씨가 남아 있어서 또 송이가 나온다고 한다. 희고 연한 갈색이듯이 큰 머리는 맏형인듯 의젖한 모습이며, 자그마한 꼬마들 거느리고 솔향 품어내며 나 한테로 와 준 그들을 보니 눈물이 날듯 고마움에 저절로 감사하다는 기도가 나온다. 그 중에서 제일 잘 생긴 뭉툭하면서도 큼직한 걸로 그 친구한테 보답하였다. 극구 사양 했지만 난 훨씬 더 얻었기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송이가 보이기 시작하니, 이젠 혼자서 다니기로 하고  땅에 가까이 다가 가기 위해 다른이들 처럼 허리를 많이 구부려 본다. 아무도 다녀 가지 않은곳 찾아서,발자국 또는 흙의 파헤쳐 졌던 자욱이 없는곳을 잘 골라 다녀 보니 송이가 더 잘 보인다. 오직 그들을 만나서 속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젠 '심 봤다' 라는 소리도 낼 수가 없다. 다른 이 들이 옆에 올까봐 조용조용 발걸음도, 송이 캐내는 몸짓도 나만의의 것으로 만든다. 바구니엔 송이향 그득하니 따라 다니며 록키마운틴의 정기가 내 안에 스며든다. 이게 정녕 꿈은 아니겠지?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송이버섯을 따 볼 수 있다니! 미국에 오게 해준 딸에게 , 오늘 나를 데리고 와준 그 친구에게, 록키산에, 나를 만나주는 송이에, 그리고 나의 신께 무한 감사를 드린다.

  그들의 텃밭을 아무에게나 알려주기를 꺼린다는 얘기에 무얼 그렇게 까지 해야할까 의구심을 가졌던 나는 오늘 조금은 이해가 될거 같다. 한 사람을 가르쳐 주면 그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이 송이밭을 헤집고 다니면 송이를 캐고 난 다음 사후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게되고 ,나중엔 송이씨를 말릴 수 있고 ,파이의 조각을 여러 사람과 나누다 보면 자기 몫이 줄어들 수 밖에..... 어떤 이들은 송이철이 되면 송이 따는걸 업으로 해서 일년 양식을 마련한다니 그동안 내가 염치없이 사람들한테 송이 따러 갈때 함께 데리고 가 달라고 조른 것이 참 쑥쓰러워졌다.

  아침겸 점심으로, 각자가 싸온 점심을 둘러 앉아서 나누어 먹었다. 그중 제일 맛있던 것은 현미로 눌려온 누룽지였다. 어찌나 구수하고도 쫀득이던지 아주 든든해지는게 기분좋았다. 송이를 가장 많이 딴 한 친구가 깨끗한 송이 두어개를 잘 털어내서 손으로 송이를 찢어서 나눠 주는게 아닌가. 난 너무 감격스러워 우선 향을 음미한 다음 입안에 넣고 천천히 씹어보았다. 어릴때 어머니가 추석에 솔잎에 쪄낸 송편을 먹을때 느꼈던 솔향이 떠 오르면서 갑자기 고향이 가슴속에서 두근댄다. 결대로 하얗게 찢긴 송이 몸통의 씹히는 맛이 특히 더 매력적 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솔바람에 흐른 땀은 날아가고, 곤하였던 허리도 어느새 잊혀지며 배낭엔 송이의 무게감에 미소가 절로 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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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크릭 파크에서 가을 물드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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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그 가파른 록키산맥에 송이버섯 따러...

    대단한 용기이십니다

    혹시 총은 가지고 갔나요?

    곰을 만나자 않은게 다행이네요

  • 강창오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9.3 03:03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ㅎ,곰도 만날 수 있다는 얘기는 들어 봤습니다만 못 만났지요.

    길을 잃고 헤매이면 헬리 콥터까지 동원 되었다는 얘기는 들어 봤어요. 송이를 따 봤다는 자체가 저에겐 큰 행운이었습니다.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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