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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문현주2023.08.22 15:56조회 수 33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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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깥_ 낮달

 

                 신철규

 

 보라색 보자기를 든 여인이 사거리에 서있다

꼼꼼히 싸맨 보자기 안에는 

쟁반에 담긴 커피포트와 찻잔 두 개가 있을 것이다

보자기 매듭이 토끼 귀처럼 쫑긋 솟아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다

정면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을 생각하는 것인지 

자신을 힐끔거리며 지나치는 

행인들을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귀밑머리를 

가만히 쓸어 올려 귀 뒤로 넘긴다

오래전 소중한 사람을 배웅하고 난 뒤

한참을 돌아서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쪽 뺨이 파인 낮달이 허공에 떠있다

그녀 앞 

횡단보도가 펼쳐진 계단처럼 누워있다

멀리서 불법 유턴을 하고 쏜살같이 달려온 파란색 소형 승합차가 멈춘다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차에 올라탄다

그녀가 떠나고 

다방 안 낡은 어항속의 금붕어는 

숨이 가뿐지 수면 밖으로 입을 내밀고 있다

흐린 유리창에 붙은

다방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셀로판지의 좌우가 뒤집져있다

반 쯤 남은 커피는 식었고 가라앉아 있던 프림이 떠올라 달무리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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