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의 첫 학예회
유치원 다니는 첫 손자
크리스마스 학예회.
사내 아이들은
하얀색 셔츠에
검정색 나비넥타이로,
여자 아이들은
초록색, 빨간색,
비로드 원피스로,
한껏 멋을 낸
두살배기
꼬마 신사 숙녀들이,
크리스마스 캐롤에 맟춰
몸을 흔들며
손 동작을 한다.
고사리같은 손들이
나풀거리며
별도 만들고
구유에 누인 아기예수를
잠 재우기도 한다.
그중에 제일 키가 작고
얼어 붙은것 처럼
꼼짝 않고
서있는 꼬마.
그 어리 삐리한 모양새가
어찌 그리 삼십년 전
제 아빠랑 꼭 같은지!
그동안 잊고 지냈던
두 아이들의
초등학교 부터
대학원 졸업식 까지,
셀수 없을 만큼
다녀야 했던
학예회, 발표회, 졸업식,
교회 행사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세대가 전해져
내가 생겼고
내 아이가 생겼고
그 아이의 아이가
내 앞에서 재롱을 피운다.
이천여년전
이땅에 태어난 아기예수,
그의 탄생을 축하하는
이 작고 아름다운 아이들,
그리고 여기 한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응원하는 가족들,
다 같은 조상의 유전자를
공유한 인류가 아닌가.
그래서
함께 지키고 가꾸어 야할
차세대가 아닌가.
반짝이는 색전등과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들,
유아들의 순진무구한
에너지로 들썩거리는
학예회장안에서,
나는
문득
내 존재의 무게와
세대의 연결과 순환이라는
심오한 깨달음에
경이롭고 숙연한 마음으로
무대에 서있는
손주들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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