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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도둑

김수린2019.01.14 17:53조회 수 11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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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도둑
 
죠지아에 이사를 계획하며 집을 사려고 복덕방에 부탁할때 
 마당이 조금있어 채마밭을 할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고 했다.
은퇴  소일 삼아 채소를 가꿀수있는 텃밭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이 있었던것이다.
그래서 시내와는  떨어진 외각도시에 집을 마련했다.
 마당을 끼고 개울이 흐르고 개울을 따라  울창한 숲이 있어
조용하고 나름 운치가 있다고 전원 생활의 꿈을 이룬것 같아 
 퇴근 시간이 조금  걸리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었다.
 
첫해 봄에  나무,사과나무 나무  그루도 심고 잔디 위에 흙을 사다 부어 작은  밭도 만들었다.
그런데 왠걸채소가 잘자라 잎이 파릇해 진걸 보았는데 어느날인가 나가보니 채소밭은 초토화 되고
과일 나무 묘목도  둥치부터 잘려있었다.
 숲에 사는 사슴가족의 소행인것 같다.
 거름에 이따금  마당을 가로지르는 사슴 가족을 보고 신기하고 흐믓한 마음으로 사진도 찍곤 하였는데 
아마도 우리집 텃밭을 그들 가족의 하루 저녁 식사장으로 이용했던 모양이다.
 후로도 사슴 가족은 한창 예쁘게 피는  마당의 장미꽃 몽우리만 하룻밤 사이에  따먹는가 하면 
처음 서리에 살아남은 채소를 수시로 와서 먹고 가고는 하였다.
그렇게 첫해 농사를 접은터라 올해는 밭은 기대하지 않고 이층 베란다에 화분에 가지 하나와 
고추 모종 하나를 심어놓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정성을 들였다.
유월 중순쯤되니 가지도고추도 실하게 잘자라 가지는 보라색 꽃을고추는 흰꽃을 조롱조롱 피워냈다.
그리고 드디어 꽃이 떨어진 밑둥이에 윤기가 자르르한 보라색 가지가 손가락 마디 만큼 커졌다.
그런데 어느날 베란다에 나가보니 가지열매가 보이지 않는다.
어제만 해도 올망 졸망한 가지가 서너개나 있었는데 하나도 없다.
윗둥지에 꽃은 한참 피고 있고 꽃이 떨어진 줄기에 새로 돋아나는 가지들은 보이는데 
손가락 마디 만큼씩 커왔던 가지들은 보이지않는다.
혹시 영양 부족으로 말라 떨어졌나벌레가 있나 살펴보지만 어떤 흔적도 없다.
 
사슴이?
전력이 있으니 사슴의 소행일까 생각도  보았지만 층계를 올라와 
이층 베란다 까지 올라 올 수도 없거니와
가지나무에 어떤 손상도 없는것을 보아서는 사슴일 수는 없다.
친구들하고 모인자리에서 이야기 하니 혹시 토끼나 다람쥐가 아닐까 하는 추측들이 나왔다.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동안도 나의  자라 잎이 무성한 가지 나무에 가지가 조금만 커지면 
어느틈엔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이처럼 조금씩 자란 가지를 흔적도 없이 따먹을수 있으까?
관찰 카메라를 달아 놓아 볼까 하는 생각 까지 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 못쓰고 버려둔 창문 망창이 있는것으로 사방을 둘려농았다
볼상은 사납지만 이제는 다람쥐든 토끼든 망창을 넘어 오지는 못하겠거니 하면서 지켜 보았다.
그런데 왠걸며칠이 지나 가지가 조금 자라니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면 사방을 막아 놓았는데 들어올수 있는것은 ?
새가 익지도 않은 가지를 흔적도 없이 따먹을수 있을까
그제사 인터넷에 검색을 하니 새들도 어린 채소의 열매를 따먹는단다.
그러면 이제는  방지 그물망을씌워야 겠네..
 디포에 가서 그물망을 사와야겠다. 
그렁게
며칠을 미루는 사이에도 조금씩 커진 가지는 어느틈엔가 매일 사라지고 무성한 가지나무에서 
가지는 한개도 맛을 못보았다.
그러다 문득  청소 하다가 밀쳐놓은 털실이 생각이 났다.
털실을 그물망대신 쓰면 어떨까?
구석 어딘가에 두었던 털실을 찿아서  키마큼 자란 가지 나무에 얼기 설기 사방을 둘러 놓았다.
그러고 보니 털실은 아주 훌륭한  방지 그물망이 될것 같았다
털실이 가벼워 잎사귀에 무리가 없고 보프라기가 잎사귀에 붙어 날라가지않을 뿐더러 
새나 다람쥐가  털실에 발톱이나 날개가 걸리면 퍽이나 불편한 상황이 될터이니 말이다.
나는 나의  기막힌 발상에 혼자 자화 자찬하며 결과를 지켜 보기로 했다.
칠월의 강렬한 햇볕과 하루 일조량이 16 시간이나 되는 죠지아에서 
가지는 보통 꽃이지고 열흘 정도면  먹을 만큼 커지는것 같다.
매일 직장에서 돌아오면 베란다 문을열 열고 가지나무를 살펴 보는게 일과인데 
털실 그물망을 쒸운뒤 일주일드디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가지들이 
올망 졸망하니  사귀 사이 사이에 가득하다.
야호!
이름 모르는 가지 도둑하고의 전쟁에서 내가 이긴것이다.
 
그로부터 나는 거의 매일 아침 밥상에서 싱싱한  고추와 가지찜을 즐기고 있다.
김수린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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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과 의사
- 현재 둘루스 소재 개인치과병원 운영
- 제2회 애틀랜타문학상 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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