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아직 어스름한 여명에
동네 작은 호수가를 걷는다.
물가에 외발로 서있는 잿색 외가리,
무리지어 몰려다니는 야생 오리떼들,
내 반려견이 쫒고 싶어하는
다람쥐들과 함께 아침을 맞는다.
그리고 산책길에 만나는
길 동무 제리.
왼손으로 먼저 보행기를 밀어놓고
그것에 의지해 왼발을 한번 뗀 후,
마비된 오른 쪽 다리를 끌어 당겨
한발 전진한다.
내가 뛰거나 걷거나 하며
네 바퀴를 도는동안
그는 반 바퀴를 돈다.
가다가 지치면 의자가 부착된
보행기에 앉아 쉬기도 한다.
쉬고있는 그의 곁을 지나
뛰어 갈때면
나는 동화 속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떠오르며
조금은 미안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된다.
서로 엊갈려 지나갈때면
인사를 나눈다.
굿모닝 제리!
하아유 투데이?
하고 인사를 건네면
판타스틱!
이라고 그는 늘 대답한다.
환상적인 아침!
판타스틱!
Fantastic!
그는 ‘타’에 액샌트를 넣어
정말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말한다.
듬성 듬성한 머리칼은
땀에 젖어있고
주름진 얼굴의 미소는
안면 마비로
일그러져 보인다.
그런 그의 판타스틱이라는 대답은
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동쪽 하늘에서 비치는
미세한 주황빛 여명,
초록빛 녹음에 둘러싸인
안개낀 호수,
사방에서 풍기는 달착지근한
마른 풀 냄새.
오늘,
질병이 만연하고
사고와 재난이
끝이지않는
이 땅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걸을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역시 환상적인 아침인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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