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소리
석촌
무더위 아침나절부터 땀을 흘리며
전기톱으로 나무를 켜듯 온몸으로 우는 참매미
지칠 줄 모르는 열정, 저렇게 건강한 울음을
울어 본 적 있었던가
하루해가 질 무렵이면
찢어진 울음 조각들을 꿰매고 수선하느라
쓰르르 재봉틀을 돌리는 쓰르라미
저렇게 절실한 울음을 울어본 적이 있었는가
삶이 절박하여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던 날들을 매미 울음
소리에 섞어 울고 싶은 알싸한 여름
매미소리
석촌
무더위 아침나절부터 땀을 흘리며
전기톱으로 나무를 켜듯 온몸으로 우는 참매미
지칠 줄 모르는 열정, 저렇게 건강한 울음을
울어 본 적 있었던가
하루해가 질 무렵이면
찢어진 울음 조각들을 꿰매고 수선하느라
쓰르르 재봉틀을 돌리는 쓰르라미
저렇게 절실한 울음을 울어본 적이 있었는가
삶이 절박하여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던 날들을 매미 울음
소리에 섞어 울고 싶은 알싸한 여름
석촌 선생님의 시를 읽으며 한 여름의 풍경이 그림처럼 모두 보입니다.
3-6년동안 땅속에 있다가 날개를 단 성충으로 땅에 올라와 알을 낳고 새끼도 못보고 죽기 때문에
한 달 남짓 사는 동안 존재를 알리려고 악을 쓰며 우는 것이 아닌지요? 소리가 싫은 사람들도 많지만
덕이 많은 곤충이라 조선시대에는 왕과 신하의 모자에 매미 날개 모양의 장식을 달았다고 합니다.
영조 때 문신인 이정신은 매미소리 들으며 초야에 사는 즐거움을 시조로 썼습니다
매암이 맵다 울고 이정신
매암이 맵다 울고 쓸람미 쓰다 우니
산채를 맵다는가 박주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에 뭇쳤시니 맵고 쓴 쥴 몰내라
시인의 귀에만 들리는 재봉틀 소리 "쓰르르"
그렇군요, 찢어진 울음 조각들 꿰메는 소리
긴 세월 어둠에 갇혀있다 꿈도 펼치기 전 떠나야 하는
절망감에 만취된 울음속에 우리의 삶도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알싸한 여름이 가고 있네요
어릴 때 듣던 매미소리가 여름 낭만의 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미국 콜로라도 에선 듣지 못하던 매미 소리를 한국에 와서 들으니
반가웠죠 . 고향에 온 듯 했으니까요
요즘엔 장마로 매미소리 마저 쓸려가 버린모양입니다
어쩌다 잠깐 비 그친 사이 그의 존재감 나타내려는지 소리 들리다 또 조용해지는군요
찬 바람이 나야 쓰르람 매미 소리를 들을수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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