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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김수린2018.05.06 16:37조회 수 17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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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김 수린
 


엄마!
라고 부르기만 해도
아련하고 저릿한 마음이 된다.

나를 할미라고 부르는 손자가 있는데
나는 여전히 내가 치마폭 잡고 따라다니던 
그 시절 엄마가 그립다.

눈싸움하고 들어오면
꽁꽁 얼은 벙어리 장갑 벗기고
엄마 따뜻한 손으로 비비며
아랫목 이불 속에 넣어
언 손 녹여 주었던 엄마

십 년 넘게 진행된 파킨슨 병으로
가랑잎처럼 마르고 흔들거리는
그 손 잡아
이제 내 온기로 덥혀 드리고 싶다.

일제 말기
정신대 차출때
집에 계신 맹인 아버지와
어린 동생들 돌보고
나라에 공출 바치는일은 나 없으면
할 수 없다고 말해 위기를 모면했다는
다부지고 용감했던 소녀.


서른살에 과부되어
딸 셋 데리고
한국 전쟁과 1.4 후퇴
4.19 혁명을 다 격어낸
여 장부.

그 모든 험난한 시절도
딸 키우는 재미에
힘든 줄 모르고 살았다는
여장부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아주, 조금씩, 쇠약해지는 육체
이제 밥 수저 들 기력도 없지만
정신은 여전히 총명하여
막내딸 전화만 기다리신다.

매일 안부 전화 끝에
우리 사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사랑해요”
대신
손자들하고 익숙해진
“아이 러브 유 “
하면
“미 투(me too)!”
로 대답하는 신식 할머니.

다음 달 90세  생신에
그 피붙이 모두가 모이기로 했다.
손주에 증손주까지.

충청도 두메 산골의
민들레 홀씨 같은 여인 하나에서
얼마나 많은 민들레 꽃들이 피어서 
이 넓은 미국땅 곳곳에서
제 몫을 다 하고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다.

올해 태어난 증손주의
해맑은  눈동자 속에
자랑스런 증조 할머니 모습을
담아 넣고 싶다.
김수린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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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과 의사
- 현재 둘루스 소재 개인치과병원 운영
- 제2회 애틀랜타문학상 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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