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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다

이난순2023.07.07 12:32조회 수 76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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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일 수 없는 나이라고,

나의 십년 빼기 나잇 셈에 동의해 주지 않던 그,

세월의 덧옷을 벗지 않고 그렇게나 훌쩍 강을 건너 버렸단 말인가

 

그의 흔적 더듬다가

통도사 대웅전 뜰앞 닳고 닳은 댓돌을 보았다

손주를 위한 애타는 기도소리,

명주 손수건에 싸여 반지르르 넘치던 날

그는 가벼이 연기로 피어 올랐을 것이다

 

한계령 마루턱에 구름 벗하며 산나물 뜯던이 부러워 하던 그,

산구름 쫓아 고개 넘었을까

 

시를 사랑하다 못해 그 팔베개로  여름날 대청마루에 누워

댓바람 타고 날아가 버렸는가

남겨진 이들 에게 손짓 한 번 주지 않고

 

가슴 속

쌓인  시어들,

장마에 감자알 말리듯 뽀송한데

그의 손길 강바람 되어 건너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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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귀 되어 매미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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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무심한 세월속에 덧 없는 죽음이 완전 배합된 글 한 몸에 바로 와닿습니다.

    언젠가 이종길님의 글가운데서 통도사에 대한 시를 본 것도 같으네요.

    그런데 혹시 '산구름 쫒아'에서 쫓아가 아닌가요?

    비스럼한 단어들이라서 제기해봅니다

  • 강창오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7.10 16:12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 맞습니다! 헷갈렸었는데....덕분에 공부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그분의 글이 기억에 남아서 쓰게 되었어요

    물론 정확하지는 않지만 저에게 남겨진대로......

  • 이종길 선생님을 추모하며

    고인이 된 시인의 살아있는 詩片들이 날아와 죽어가는 내 詩魂을 터트리고 있네요

     

    난순 님의 돋보이는 필치로 떠나신 분의 대미를 장식하는 수려한 에필로그

    멋져요. 감동입니다

  • 석촌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7.10 16:28 댓글추천 0비추천 0

    애틀란타에 처음 제 이름이 올라갔을때 나이 많다는 언급이 있으셨답니다

    물론 선생님의 나이죠. 제가 가소롭게도 저의 나잇살 빼기 셈법을 운운했더니 본인은 너무 많아서....

    그분의 글들을 읽으면서 많이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 석촌 선생님이 말씀 하셨듯이

    난순님의 돋보이는 추모시로 고인이 되신

    선생님의 시편들이 날아와 앉는 듯 합니다

     

    이종길선생님의 시 중에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하는 눈이 열렸다

    이미 떠나간 것들을 그리워 하다가

    정작 나도 떠나는 채비를 하는 계절이다"

    그렇게 떠나셨나 봅니다

  • 이설윤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7.12 12:16 댓글추천 0비추천 0

    사람 마다 기억하는 회로가 다 다른 모양입니다

    저 한테는 낯설게 느껴지는 시이군요

    참으로 멋진 시인데 말이죠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하는 눈이 열린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일까요!

    고맙습니다.

  • 이종길 선생님 하고 전화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학에 대한 박식함을 매번 느낄 수 있었고

    시를 얘기 하실 때는 목소리 톤이 조금 올라가며 감성의 디테일이 엿보였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잊혀지겠죠.....

     

  • 강화식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7.13 05:51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생님 가시고나서 아무도 얘기하고 싶지 않은듯 하였어요

    저의글 오두마니 혼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다 어둠 속에서 떨고 있는 듯 하였지요

    선생님에 대한 개인적 생각이나,혼자만이 받아들였던 시혼을 추스린다는게 다른분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였었나 하고 의구심을 가져보기도 하였지요.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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