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산란 연선 – 강화식
부활을 알리며 다가오는 초록의 날들
시간을 기다린 눈빛이 꽃을 향해 머무는 동안
계절이 영롱해져 복숭아꽃을 키워내고
자두 꽃의 설국 잔치가 줄을 선다
긴 여름으로 가는 녹색 몸부림이
뜨거움을 알리며 열매가 익어갈 무렵
짧은 가을을 두드린다
오색 단풍이 눈치 익는 동안
퇴장 행렬에 선 낙엽들
떨어진 잎들이 동면을 깨고 나면
차갑게 얼어붙은 얼굴은 봄을 부른다
새봄 앓이가 또 자리를 차지한 날
뿌리 내린 몫과 바람결에 날아가 자생을 서두르는
빛 바랜 지조들이 애써 촉을 세우고 기웃거린다
가시 뿜어낸 엉겅퀴의 여름이 보라색으로 익어가고
벌의 노동에 꿀을 누릴 시간은 다가오지만
초라한 마음을 덧입히려고 끌어다 놓은 가을과
긴 동면 속 겨울은 봄을 이기지 못하고
윤회의 흐름 속을 자른다
부활을 꿈꾸려고
2023-부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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