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인 식(박 이 차)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어귀
거미가 집을 짓고 있다
걸음걸이 느릿하게 음습한 것의 수명을 살았나 보다
나이 들어 더 먼 곳
날벌레가 날아들 만한 곳으로 나아가기 어려운지
살충제 같은 도심에 그물을 놓겠다니
스스로가 거미라는 의구심이
오래 쳐둔 거미줄을 들여다 본다
끈질기게 쳐 놓았던 그물 속에 생, 곳곳
멍 뚫리고 점액질의 농도 흐려져
날벌레 한 마리 들러붙지 못한다
먹이를 노릴 곳으로 재차 숨어드는 지친 몸
근근이 이어지는 뱃속 요원의 끈으로
놓쳐버린 절정을 다시 감을 수 있을지
만신창 뚫린 거미줄에 밤 이슬 몇 방울
가로등 불빛에 반짝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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