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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퉁소

이난순2023.05.21 01:58조회 수 55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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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 동안 즐기던

아버지의 퉁소 소리

 

잃어버린 빛의 세계 대신 

손 끝에 불을 밝혀, 대나무를 다듬어

온갖 크기 퉁소를 만들어 내던 손길

 

방 아랫목에서 펼치는 

아버지의 퉁소 연주

온 집안을 울려 퍼지면

하얀 앞치마 두르고 ,밥짓는 올케 언니는 

퉁소 음률 따라  친정 소식 그리움에 목이 메이고

 

옻칠로 붉어진 둥근 상에

등 굽은 할머니는 콩을 고르다가

애달픈 노랫가락에 한숨 짓곤 한다

 

젖살 오른 막내딸

퉁소 소리로 아버지 찾아내고

그 소리에 키가 자랐다

 

학교에서 돌아올때

솔모랭이만 돌면 귀에 익은 소리

딸의 입가엔 허밍이 시작되고

긴 세월 추억의 노래가 되었다

 

낯선 이국땅 나그네 길

어디선가 멀리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손때 묻은 퉁소 소리

 

하얀 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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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달밤에 오늘도 맷돌 보수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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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언제 들어도 애달픈 퉁소 소리

    더구나 아버지의 퉁소 소리는 가히 간장을 애일만 하겠지요

  • 강창오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5.25 08:32 댓글추천 0비추천 0

    수상후 김동식 선생님 께서 말씀해 주셨던게 있습니다

    제가 마지막에줄에 애간장을 태운다 라고 표현 했더니

    하얗게 지새운다 로 하면서 독자의 몫을 남겨주는게 더 좋다고 이야기

    해 주셨어요.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그랬는데 시간이 더 지나고 보니

    그냥 하얀 밤이 되더라구요

  • 소리가 그리움으로 남겨진 아름다운 시예요

    나는 어떤 소리를 먹으며 자랐나하고 회상해봅니다

    밥상에서도, 미닫이문 닫을때도, 크게 웃을때도 늘 들려오던 엄마의 잔소리로

    자라지 않았네 싶네요 그 소리가 절실히 그리워지는 그런 시였어요 너무 좋아요 난순샘!!!!!!!!!!!!!!!!!!!!!

  • 관리자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5.25 08:39 댓글추천 0비추천 0

    우리는 늘 지난 세월을 그리워 하며 사나 봅니다

    거기엔 사랑이 물색없이 넘쳐 흐르고.....

    나의 아름다웠던 추억이 몽땅 배었으니.

    좋아 해주시니 제가 감사 하기만 합니다

  • 수상작품이죠? 퇴고를 하셨나요?

  • 강화식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5.25 08:22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 오래전에 써 두었던 글 퇴고 해 봤습니다

    퇴고는 평생을 두고 하는거 라면서요?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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