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 동안 즐기던
아버지의 퉁소 소리
잃어버린 빛의 세계 대신
손 끝에 불을 밝혀, 대나무를 다듬어
온갖 크기 퉁소를 만들어 내던 손길
방 아랫목에서 펼치는
아버지의 퉁소 연주
온 집안을 울려 퍼지면
하얀 앞치마 두르고 ,밥짓는 올케 언니는
퉁소 음률 따라 친정 소식 그리움에 목이 메이고
옻칠로 붉어진 둥근 상에
등 굽은 할머니는 콩을 고르다가
애달픈 노랫가락에 한숨 짓곤 한다
젖살 오른 막내딸
퉁소 소리로 아버지 찾아내고
그 소리에 키가 자랐다
학교에서 돌아올때
솔모랭이만 돌면 귀에 익은 소리
딸의 입가엔 허밍이 시작되고
긴 세월 추억의 노래가 되었다
낯선 이국땅 나그네 길
어디선가 멀리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손때 묻은 퉁소 소리
하얀 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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