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갤러리

그를 떠나 보낸 봄비

이난순2023.04.27 10:06조회 수 26댓글 4

    • 글자 크기

마당에 서성이다 슬그머니 방문앞 두리번 거린다

헛기침 해 보지만 고요하다

한켠에서 작약 봉오리들만 쳐다볼 뿐

다가가 말 걸으니 볼록한 입술 들썩이며 속 내보인다

 

돌담 옆 묵은 감나무

소 엉덩이 닮은 밑둥치로 과묵하게 서 있다가

나를 반긴다

가지끝  연두빛 미소로

 

채마밭 들러 밭두둑 거닐며 수다 떨고나니

흙속에서 엿듣는 이들 많네

 

큰 길  나서매

하교길 아이들 왁자지껄 온 몸으로 나를 맞아주며 홍안이다

산자락 돌고 돌며 바위에 기대 

하얀 산벗나무, 노란 생강나무에도 아는척 하는데

매캐한  연기에 기침이 난다

어디선가 불내음 바람 불어온다

연기 짙어지며  하늘에선 헬리콥터 나르며 물 폭탄 쏟아지고

사람들 붉은 숲속 바라보며 허탈한데

 

나의 걸음 달음질 되어 나르는 불꽃 속 뛰어든다

뜨거움에 오그라들고 비명소리 타닥이는데

바람따라 불춤추던 기세 조금씩 잦아들고

 

나는 숲속 검정밭을 바삐 돌아다닌다

    • 글자 크기
화살나무 야외 잿떨이

댓글 달기

댓글 4
  • '소 엉덩이 닮은 밑둥치' 익살맞고 기발한 대입에 한 표 던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몇번씩 읽어봐도 제가 뭘 잘못짚었는지 제목의 봄비 연상이 안되네요

  • 강창오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7.11 11:11 댓글추천 0비추천 0

    독자분께서 봄비가 연상이 안되면 글쓴이의 의도가 잘못된게 맞는거죠

    아하, 이런게 실수로구나! 또 한번 느낍니다

    가만 가만 오는 봄비가 종래에는 산불까지 끄고 말았다는걸 보여주고 싶었었는데......

    언젠가 또 퇴고를 해 봐야 겠습니다

  • 매캐한 연기가 여기까지 전달되는 듯 한 폭의 동양화, 풍경화를 봅니다

    알지 못했던 시골 풍경을 이렇게 골고루 갖다줘서 고마워요

  • 강화식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7.11 11:18 댓글추천 0비추천 0

    샘 께서도 비의 느낌을 못 느끼셨는지요?

    봄비 조용히 내린다음 작약 봉오리 살짝 열린거 보다가.....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48 한아름 가득 가을 안고 온 친구 2022.10.08 48
47 감자 옹심이를 먹으며 2022.10.16 46
46 무덤가 놀이터 2023.02.23 16
45 어느 가을 달밤에6 2023.02.23 56
44 불시착4 2023.03.19 36
43 봄바람 그 일렁임 2023.04.07 13
42 화살나무4 2023.04.14 30
그를 떠나 보낸 봄비4 2023.04.27 26
40 야외 잿떨이4 2023.04.30 27
39 아버지의 퉁소6 2023.05.21 46
38 거 미 줄 2023.05.25 24
37 개구리 울음소리 2023.05.25 30
36 꼬리 밟힌 지능범10 2023.06.03 60
35 연보라 가죽신4 2023.06.04 48
34 나팔꽃 귀 되어8 2023.06.29 51
33 강을 건너다8 2023.07.07 67
32 매미의 기도8 2023.07.26 62
31 체리크릭 파크에서4 2023.07.30 90
30 송이 버섯을 캐면서2 2023.09.01 42
29 가을 물드는 소리4 2023.09.07 5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