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서성이다 슬그머니 방문앞 두리번 거린다
헛기침 해 보지만 고요하다
한켠에서 작약 봉오리들만 쳐다볼 뿐
다가가 말 걸으니 볼록한 입술 들썩이며 속 내보인다
돌담 옆 묵은 감나무
소 엉덩이 닮은 밑둥치로 과묵하게 서 있다가
나를 반긴다
가지끝 연두빛 미소로
채마밭 들러 밭두둑 거닐며 수다 떨고나니
흙속에서 엿듣는 이들 많네
큰 길 나서매
하교길 아이들 왁자지껄 온 몸으로 나를 맞아주며 홍안이다
산자락 돌고 돌며 바위에 기대
하얀 산벗나무, 노란 생강나무에도 아는척 하는데
매캐한 연기에 기침이 난다
어디선가 불내음 바람 불어온다
연기 짙어지며 하늘에선 헬리콥터 나르며 물 폭탄 쏟아지고
사람들 붉은 숲속 바라보며 허탈한데
나의 걸음 달음질 되어 나르는 불꽃 속 뛰어든다
뜨거움에 오그라들고 비명소리 타닥이는데
바람따라 불춤추던 기세 조금씩 잦아들고
나는 숲속 검정밭을 바삐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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