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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떠나 보낸 봄비

이난순2023.04.27 10:06조회 수 33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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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서성이다 슬그머니 방문앞 두리번 거린다

헛기침 해 보지만 고요하다

한켠에서 작약 봉오리들만 쳐다볼 뿐

다가가 말 걸으니 볼록한 입술 들썩이며 속 내보인다

 

돌담 옆 묵은 감나무

소 엉덩이 닮은 밑둥치로 과묵하게 서 있다가

나를 반긴다

가지끝  연두빛 미소로

 

채마밭 들러 밭두둑 거닐며 수다 떨고나니

흙속에서 엿듣는 이들 많네

 

큰 길  나서매

하교길 아이들 왁자지껄 온 몸으로 나를 맞아주며 홍안이다

산자락 돌고 돌며 바위에 기대 

하얀 산벗나무, 노란 생강나무에도 아는척 하는데

매캐한  연기에 기침이 난다

어디선가 불내음 바람 불어온다

연기 짙어지며  하늘에선 헬리콥터 나르며 물 폭탄 쏟아지고

사람들 붉은 숲속 바라보며 허탈한데

 

나의 걸음 달음질 되어 나르는 불꽃 속 뛰어든다

뜨거움에 오그라들고 비명소리 타닥이는데

바람따라 불춤추던 기세 조금씩 잦아들고

 

나는 숲속 검정밭을 바삐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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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생기다 눈꽃 휘날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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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소 엉덩이 닮은 밑둥치' 익살맞고 기발한 대입에 한 표 던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몇번씩 읽어봐도 제가 뭘 잘못짚었는지 제목의 봄비 연상이 안되네요

  • 강창오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7.11 11:11 댓글추천 0비추천 0

    독자분께서 봄비가 연상이 안되면 글쓴이의 의도가 잘못된게 맞는거죠

    아하, 이런게 실수로구나! 또 한번 느낍니다

    가만 가만 오는 봄비가 종래에는 산불까지 끄고 말았다는걸 보여주고 싶었었는데......

    언젠가 또 퇴고를 해 봐야 겠습니다

  • 매캐한 연기가 여기까지 전달되는 듯 한 폭의 동양화, 풍경화를 봅니다

    알지 못했던 시골 풍경을 이렇게 골고루 갖다줘서 고마워요

  • 강화식님께
    이난순글쓴이
    2023.7.11 11:18 댓글추천 0비추천 0

    샘 께서도 비의 느낌을 못 느끼셨는지요?

    봄비 조용히 내린다음 작약 봉오리 살짝 열린거 보다가.....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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