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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달밤에

이난순2023.02.23 10:49조회 수 65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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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언니들 목화대 뽑는다

하얀 솜꽃 다 떼어낸

 

잡아뽑는 손에 달빛 매달려 힘을 보태주니

큰 밭자리 이슥하기전 훤해진다

 

쓰라려오는 물집 터진 손가락

엄마 맘 상할까 뒷짐지고 걷는 언니들

풀벌레 소리 따라 오며 위로해 준다

 

마당가 도랑물에 

초저녁 잠 다 씻어내고

땀 배인 마음 흘려보내니

안방에 들어서는 엄니 뒷모습 꼿꼿하고

웃방에 들어 가는 언니들 가슴 한치는 높아 보인다

 

토방 끄트머리에 걸터 앉은 달빛이나

내가 데리고 들어 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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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착 무덤가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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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가을 달빛아래 어머니와 따님들이 하얀 목화솜꽃을 따는 모습이

    한폭의 수채화 같습니다

    난순님의 어린시절은 여러모로 참 풍요롭고 따듯함이 전해져 옵니다

     

  • 목화나무를 보지못해서 연상이 안 됩니다만 당시 엄마 언니들의 아낌없는 수고가 위대함으로 잘 배합된 가을 밤 분위기를 느낍니다

    목화밭 목화밭..

    잠시라도 정말 잊지 못한 곳

    그 옛날 목화밭 목화밭....

     

    옛날 하사와 병장 듀엣이 불렀던 노래지요

  • 이난순글쓴이
    2023.2.25 20:57 댓글추천 0비추천 0

    설윤님께 답글( 답글 어디 클릭 해야 할지 몰라서)

    시골 오지에서 자라다 보니 촌스런 것이 제 옷 처럼 익숙하네요

    수채화를 떠 올려 주시니 아름다운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 이난순글쓴이
    2023.2.25 21:02 댓글추천 0비추천 0

    To 창오님

    저도 요즘엔 목화밭을 못 봐서 많이 아쉬워요

    시골에선 일 손이 부족해서 아마도 어머니가 달밤 조차도

    이용하셨던거 같습니다

    가슴 한켠이 아릿한 아픔으로 다가오는 추억이죠

  • 한국에서도 보지 못한 목화밭이 조지아 주에서 많이 볼 수 있었어요. 키 작은 목화에 매달린 하얀 꽃들이 서로 붙어서 눈내린 벌판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몇 십년 전 여성들의 생활상을 잘 그려낸 것 같네요. 이 당시에 남성들은 어떤 모습이었죠? 도시에서는 남성은 주방 출입도 금지시키고 죽어라 여성들만 집안 일을 했었죠. 물론 남성들은 사회에 나가 돈벌이를 해야했죠

  • 이난순글쓴이
    2023.3.1 08:42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빠들은 타지에 나가 있었고 어쩌다 여자들만이 그 아름다운 달밤에

    일을 치룬것 같습니다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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