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갤러리

아버지 날의 기억 (감나무 집 둘째 딸)

강화식2022.06.17 07:02조회 수 534댓글 0

    • 글자 크기

아버지 날의 기억 (감나무 집 둘째 딸)             연선 – 강화식

 

 

 

태평양을 건너 친정에 도착한 날

 

현관은 이미 유산균으로 젖어 있고 부추나물의 독특한 향이

 

대청 마루 끝에 나와서 혀를 유혹한다

 

 

딸의 단골 메뉴집 된장찌개열무김치굴비오이지와 나물들

 

밥을 먹는 동안 아버지는 새 이불에 당신의 정성을 피고 있고

 

둘째 딸이 좋아하는 땅콩생과자와 카스텔라찹쌀떡(모찌)

 

아버지의 손길과 함께 베게 옆에 나란히 누워있다.

 

 

얘야 00 에미야식후 7보니 걷자’ 앞마당에 나가자고 보챈다

 

햇빛 한 켠 잘 드는 감나무 밑에 의자를 놓고 앉히며

 

발톱 깎아줄까작년에 왔을 때 엄지 발톱을 힘들게 깎는 모습을 훔쳤을까?

 

딸아미안해 하지 마라는 듯 고개를 갸웃하고 씩 웃는 낯선 애교

 

80이 넘은 아버지가 50이 된 딸에게

 

 

싫다고 손사래를 치는 손을 잡고 맛사지를 해준다

 

신문지 위에 앉아 마치 아픈 딸이 당신 때문인 양 긴 한숨과 함께

 

자식 앞에 고개를 조아리며 발톱을 깎아주는 친정 아버지

 

감나무 사이로 들어온 가는 햇살 속에 흰 머리칼은 반짝이고

 

은색 빛 몇 올이 힘겹게 춤을 추며 깎는 소리와 함께 박자를 맞춘다

 

 

당신의 허리만큼 구부러진 관절들을 다시 주물러 줄 때마다

 

비명이 허공에 꽂힌다 아야아퍼요

 

놀라서 본능적으로 딸의 두 발을 부여잡아 가슴에 대는 순간

 

주름 사이사이로 숨어드는 눈물과 애끓는 곡이 땅에 퍼지고

 

둘째 딸은 아버지의 머리를 안고 말없이 가슴을 들썩인다

 

 

부녀의 흐느낌을 내려다 보며

 

떫은 감들이 익어갔던 15년 전 내 고향 고척동

 

 

*친정 아버지가 떠나 가신지 10년이 되는 2022년 아버지 날에

    • 글자 크기
불행은 전염되나? (산문시) (by 강화식) 느낌대로 (by 강화식)

댓글 달기


필명 : 연선(康 娟 仙) 서울출생
1985년 미국 L.A이민. 2017년 죠지아주 애틀랜타로 이주
*2007년 (신춘문예) 미주 중앙일보 중앙신인 문학상 ‘당선’ - 시
*제 3회 해외풀꽃 시인상 (공주, 풀꽃문학관)
*문학세계 신인상 – 수필, *한국 미래문학 신인 작품상 - 시
*재미시인협회, 미주한국문인협회, 고원기념사업회 – 이사, 글마루 동인
*애틀랜타 문학회 (전)부회장
*애틀랜타 연합 장로교회부설 행복대학 문예창작반(글여울) 강사
*글여울 신인문학상 운영위원장
*한국어 교사 12년 역임 - 한국어능력시험TOPIK (남가주 한국학교, 웨스트힐스 한국학교)
*시집 - 텔로미어(꿈 꾸는 시앓이) *공동시집 - 물 건너에도 시인이 있었네.
*미주문학, 외지, 문학세계, 애틀랜타 시문학 – 계간과 년간으로 작품 발표
* 인터넷 신문 : 시인뉴스 포엠 – 계간별 작품 발표
*E-Mail : hwashik219@gmail.com Tel : 818-427-294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 봄의 밀도 강화식 2022.04.21 363
29 부활절 간증문(다시 찾은 언어) - 수필 강화식 2022.05.02 359
28 어머니 날이면 생각나는 밥상 강화식 2022.05.07 344
27 불행은 전염되나? (산문시) 강화식 2022.05.28 342
아버지 날의 기억 (감나무 집 둘째 딸) 강화식 2022.06.17 534
25 느낌대로 강화식 2022.06.28 366
24 그 섬에 가 있다 강화식 2022.08.14 339
23 바람이 되고 싶은 여자 강화식 2022.08.14 347
22 문명의 딜레마 강화식 2022.09.07 299
21 추도사(강은자 전도사님을 그리며) 수필 강화식 2022.09.30 240
20 유토피아를 찾는 인공위성들(산문시) 강화식 2022.10.04 238
19 그림자 없는 사람1 강화식 2022.11.14 187
18 너는 누구니? 강화식 2023.03.28 40
17 4월의 접속사2 강화식 2023.04.24 65
16 4월의 질서1 강화식 2023.05.10 66
15 4월의 바람 속에 숨어3 강화식 2023.05.10 69
14 5월을 여는 향기4 강화식 2023.06.08 67
13 6월의 고요4 강화식 2023.06.08 84
12 한 마리 미꾸라지3 강화식 2023.06.18 71
11 계절의 산란4 강화식 2023.06.18 69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