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날이면 생각나는 밥상 연선 - 강화식
포도가 익어갈 때쯤 충수염 수술을 했다
딸이 좋아하는 것만 차려준 독상을 받고
제일 먼저 눈이 머문 깻잎 나물
알을 품은 굴비 한 마리 비릿하게 누워 있고
노르스름하게 잘 익은 열무 김치 속에
투박하게 잘린 풋고추가 매워 보인다
오이지가 둥둥 떠서 동글동글하게 반기고
김을 넣은 계란 말이는 속살을 드러내고 기다린다
애호박과 두부가 부둥켜 안은 된장찌개
사춘기 딸은 습관처럼 밥에 물을 붓자
엄마는 ‘물 붓지 말고 먹지’
황금빛 알 한 점을 젖은 밥 숟갈 위에 얼른 올려준다
짭조름한 맛에 혀가 빠르게 춤을 추고 목 젖이 꿀꺽
살이 붙는 소리 새벽처럼 들린다
아! 살아 있는 맛
우리 엄마 맛
2022년 어머니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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